범고래 똥을 찾으러 배에 오른 개, 터커

뱃머리에서 범고래 배설물의 냄새를 찾던 탐지견 터커. 사람과 개가 표본을 수거한 과정, 고래의 영양과 번식을 살핀 연구, 2017년 은퇴 소식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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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머리에서 냄새를 맡는 검은 래브라도 믹스견과 담당자를 묘사한 AI 재구성 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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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머리에 선 검은 개가 바다 쪽으로 코를 내밉니다. 이 개가 찾는 것은 수면에 떠 있는 범고래 배설물입니다.

터커(Tucker)는 미국 워싱턴대학교 연구진과 함께 일했던 검은 래브라도 리트리버 믹스견입니다. 냄새로 표본의 위치를 좁혀 주면 연구진이 건져 올려 분석했습니다. 뜻밖의 탐지 대상인 배설물에는 고래가 잘 먹고 있는지, 번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살필 단서가 들어 있었습니다.

뱃머리에서 냄새를 맡는 검은 래브라도 믹스견과 담당자를 묘사한 AI 재구성 삽화
뱃머리에서 냄새를 찾는 개와 담당자의 협업을 설명한 AI 재구성 삽화입니다. 터커의 실제 기록 사진이 아니며, 인물과 장비는 설명을 위해 구성했습니다.

가라앉기 전에 찾아야 하는 표본

터커가 활동했던 살리시해는 미국 워싱턴주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걸쳐 있습니다. 연구 대상은 이 바다를 찾는 남부 상주 범고래 무리였습니다. 영어로 Southern Resident killer whales라고 부르는 이 무리는 연어를 주로 먹으며, 그중에서도 치누크연어가 중요한 먹이입니다.

고래의 몸속 상태를 알아보려고 매번 붙잡아 검사할 수는 없습니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고래가 남기고 간 배설물입니다. 고래의 몸에 직접 손을 대지 않고도 표본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넓은 바다에서 표본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배설물이 수면에 떠 있더라도 흩어지거나 가라앉으면 건져 올리기 어려워집니다. 2012년 연구 논문에는 수면에서 최대 45분 동안 떠 있는 표본을 관찰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모든 표본이 몇 분 안에 사라지지는 않아도, 가라앉기 전에 찾아 건져야 했습니다.

코는 개가, 배는 사람이

터커는 뱃머리에서 바람 냄새를 맡았습니다. 냄새가 잡히면 몸에 힘을 주고 앞쪽으로 기울였습니다. 담당자는 그 자세 변화를 살펴 배를 모는 사람에게 방향을 알렸습니다. 배가 냄새가 강해지는 쪽으로 움직이도록 사람과 개가 호흡을 맞춘 셈입니다.

바다에서는 개가 육지처럼 냄새를 따라 걸어갈 수 없습니다. 개가 방향을 알려도 배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표본에 다가가기 어렵습니다. 연구진은 터커의 반응을 읽는 동안에도 수면을 눈으로 살폈고 표본이 보이면 긴 장대에 달린 용기로 떠서 모았습니다.

터커가 바다에 뛰어들어 배설물을 물어 온 것은 아닙니다. 개는 냄새를 찾아 위치를 좁히고, 사람은 표본을 수거하고 보관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뱃머리는 터커가 냄새를 찾아 사람에게 알리던 자리였습니다.

표본을 찾은 뒤에는 공놀이

워싱턴대학교가 소개한 보전 탐지견 프로그램은 공놀이에 유난히 열중하는 개들을 훈련에 활용했습니다. 보호소에서 데려온 개들에게 목표 냄새와 놀이 보상을 연결해 가르치는 방식이었습니다. 터커 역시 이 프로그램에서 활동했습니다.

연구 방법에도 보상 과정이 나옵니다. 2017년 논문에 따르면 처음 건진 표본을 개에게 보여 준 뒤 곧바로 장난감을 주고 잠깐 함께 놀았습니다. 그동안 다른 연구진은 수면에 남은 표본을 더 수거했습니다.

터커가 고래 보호라는 연구 목적을 이해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냄새를 찾으면 놀이가 기다린다는 보상이 있었고, 배 위에서 담당자와 함께 움직이는 법은 훈련으로 익혔습니다.

배설물에서 읽은 고래의 상태

연구진은 표본에 남은 DNA로 어떤 고래가 남긴 것인지 확인하고 호르몬과 그 대사산물을 분석해 영양 상태와 생리적 스트레스, 임신 상태를 조사했습니다. 냄새를 찾는 순간에 건강 상태가 판명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실험실 분석과 관찰 기록을 함께 대조해야 했습니다.

2012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먹이 부족과 선박 통행이 범고래에게 주는 영향을 구분하려고 배설물의 갑상선호르몬과 글루코코르티코이드를 측정했습니다. 호르몬 변화와 연어의 양을 대조한 결과, 연구진은 먹이 부족이 중요한 부담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배가 고래에게 아무 영향도 주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2017년 연구는 번식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논문에 적힌 2008~2014년 조사에서 연구진은 배설물의 프로게스테론과 테스토스테론 대사산물로 임신 여부와 진행 상태를 추정하고 이후 새끼가 관찰됐는지 대조했습니다. 이 분석에서도 치누크연어 부족에 따른 영양 스트레스가 임신 실패의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이 연구는 남부 상주 범고래라는 특정 무리를 조사한 결과입니다. 이를 모든 바다의 범고래에게 그대로 적용하거나 터커 한 마리가 원인을 밝혀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터커가 찾아 준 표본에 연구진의 분석과 장기간의 관찰이 더해져 나온 결과였습니다.

2017년에 전해진 은퇴 소식

미국 지역 매체 시애틀 메트는 2017년 8월 터커가 그해 은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터커는 물을 무서워하면서도 배 위에서 탐지 일을 해 온 개였습니다. 바다에서 일했어도 수영을 좋아했던 개는 아니었던 셈입니다.

터커는 고래의 건강을 직접 진단하지는 않았지만, 연구진이 분석할 표본을 바다에서 찾는 일을 도왔습니다. 바람을 맡는 개, 자세 변화를 읽는 담당자, 배를 모는 사람과 표본을 분석하는 연구자가 함께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범고래 똥을 찾던 개라는 소개는 웃음을 자아냅니다. 그 뒤에는 수면에서 놓치기 쉬운 표본을 건져 고래의 먹이와 번식 문제를 살피려 했던 연구가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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